출사시 즐거웠던 일들을 사진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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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코’에 첫인사 올린 후
많은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 많은 격려의 댓글 중 ‘사진 1장 이야기’님께서 출사여행기에서 뵙자고 하셨는데...
아니 저 같은 초짜가 감히 출사여행기에, 더구나 카메라 달랑 들고 나갔다고 그게 다 출사인가요?
이런 저런 생각에 많이 망설이다 왕초보의 경험도 출코에 좀더 가까이 가는 계기는 될 거 같아 출사여행기의 문을 두드려 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사진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인간의 능력과 의지는 필요한 조건 일뿐,
작품의 질은 피사체 자체의 존재감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자연 풍광을 담을 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림 뿐인 것 같습니다.
처음 출코에서 소화묘원 정보를 보고는 많이 웃었습니다.
사진 촬영할 곳이 없어서 묘원에서, 그것도 꼭두새벽에...
그러나
양수리 일출을 보겠다고
소화 묘원을 찾은 것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첫째 날은 예봉산 정상까지 가서도 해를 못보고
둘째 날도 역시 잘 진행되다가 운해가 산을 덮어버려 일출 직전에 포기하고...
이래서 사람들은 똑같은 주제를 찍기 위해 똑같은 걸음을 수 없이 되풀이 하는가 봅니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땐(몇 달 전이지만)
원하는 곳에 가기만 하면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차츰 자연 풍광을 찍을 때의 인간의 능력의 한계를 실감하고 겸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양수리 일출을 보려는 세번째의 걸음도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그렇게 겸허한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소화묘원의 밤길.
나 홀로 가는 길은 외롭다?
아닙니다, 소화묘원에서의 나 홀로는 무섭습니다.
깜깜한 밤(5시)에 한 이삼십여 분 가파른 묘원을 걸어 올라가는데,
홀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걷는 길이 아니 무섭다면 그건 사람이 아닌 귀신이겠지요.
손전등의 불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묘지와 묘비들이 작은 불빛에도 묘하게 확대되어 섬찍 하게 다가옵니다.
드디어 멀리 용문산 자락이 붉어집니다.
이 어려운 길(?) 세 번째 만에 그래도 하늘이 열려줍니다.
마눌의 말을 빌면 난 도깨비거나, 아니면 제대로 미친겁니다.
한 밤에 남의 뫼뚱지에 가서... 마눌님께선 천금을 준다 해도 못가겠다는데...
그런 내게도 이렇게 아주 기가막힌 그림은 아니라도 세 번째 만에 하늘을 열어 주니 어찌 아니 고마겠습니까?
막 해가 뜨니 장관이라기보다 신기합니다.
해가 비치는 곳의 운해가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아니 변화 한다기 보단 운해가 춤을 춘다는 게 맞을 듯 싶습니다.
1,2 분 사이의 똑같은 장면인데 해가 비치는 딱 고자리의 운해가 춤을 춥니다.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무섭게 느껴지던 묘지와 묘비들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래! 오늘도 마눌에게 도깨비 소리 들으며 새벽같이 달려 왔지만,
그래도 세 번 만에 이렇게라도 하늘을 열어 준 건 다 앞으로 사진 생활 열심히 하라는 하늘의 뜻인 가 봅니다!
2011년 10월 2일 소화묘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