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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정 연잎 밥
글 사진 : 최홍종
무심정(無心亭)
부산 산성 막걸리 마을에
지붕에 금기와를 질펀하게 겁도 없이 올린
절도 아니고
무심히 보기엔 조금 이런 이상한 곳이 있다
무심히 보다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주인장의 양해를 구하는 둥 마는 둥 부랴부랴 올라가
방안 가득가득한 손님들 사이를
이리 저리 헤집고
구석구석 온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다
문득 난간에 서서 밖을 보니
여름 장마 뒤끝이라 햇살이 따갑고
하얀 뭉게구름이 더 기세 등등하구나
그만 배도 출출하여
떡 벌어지게 차린
산사의 스님들이나 잡수시는
요즘 시체 말로 참살이 밥상을 받고
연잎에 고이 접은 약밥을
그냥 배고픈 김에 이것저것 다 잘 먹고
또 무심히 생각타가 혼자 와서 아니 혼자만 먹어서
참 미안하다
가족들에게 우리 마눌님에게
나도 참 그간 무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