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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국수

sopi-01.jpgPanasonic | DMC-LX1 | 2010:07:25 17:56:18 | aperture priority | matrix | Manual W/B | 0.100 s (10/100 s) | F/2.8 | 0.00 EV | ISO-400 | 6.30mm | 35mm equiv 28mm | Flash-No

 

일이있어, 돌아다니다가 성당에 도착하니 성가연습에 50분 지각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려니 딱 그 시각이 성가연습 1차로 끝내고
간식시간이다.

음....배는 고픈데
50분이나 늦어서 간식을 먹을 자격도 없거니와
들어가서 남들 다 먹는데, 안먹겠다고 뻐팅기는것도
모양새 나빠 차라리 들어가지 않기로한다.

배는 고파 출출한데, 일단 뭐든 먹어야 겠기에
성당옆 골목에 수십년째 소피국수를 파는 국숫집에 들렀다
2천원이면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다.

음식도 빨리 나오고, 빨리먹을 수 있는데다,지척에 성당이니
얼른 먹고들어가면,간식시간도 끝나기에, 불편한 시간을
건너 띌 수 있다 싶었다.

나는 낡아 드리워진 발을 걷고 들어서며 계십니까~하고

인기척을 했다.
좌측 화덕을 보았으나 할머니가 없으셨다
곧장 바라본 정면에 할머니가 계셨다.

두평남짓한 좁은 공간에, 할머니가 탁자에 팔을 괴고
쭈그리고 앉아 계셨다.


할머니는, 내가 유아 세례를받고,아장아장 걸어댕기기
이전부터,지금의 성당 쪽문 앞에 파란색 포장마차를 두르고
장사를 하신분이다.
내가 말을하고 눈에 보이는것들을 기억으로 바꿀수 있을 때쯤부터
나는 이 집 국수를 오며가며 먹었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기억엔
이 집의 국수는 한그릇에 천원이었다.
지금은 이천원이다. 하지만 강산이 두번 바뀔 시간동안
가격은 고작 천원 오른것이 전부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국수를 말아오시던 할머니가
테이블 위에 쭈그리고 앉아 계셨다.

평소와 달리 기력이 전혀 없어 보이시는 할머니가
간신히 고개를 드시며, 앞쪽에 앉으라며 자리를
정해주신다.

무의식중에, 할머니 몸이 안좋으신가봐요...라고 여쭈었고
할머니께선....정확히 뭐라고 대답하셨는지 기억엔 없지만
그 말에 동의 하셨다.

나는다소 얼결에 할머니가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등 뒤로 할머니가 잠시동안 계속 쭈그리고 계셨고
나는 앉아있는 내내,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가 앉아계셨던 탁자에서 화덕까진
길어야 3미터 남짓한 거리.

할머니는 진실로 그 거리를 2분여만에 걸어가 앉으셨다.

도와 드리려 해도, 내가 하겠노라 내가 밀고 가겠노라며
단박에 말씀하시는통에, 나는 결국 그 공간에서

손님 행세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성당 형들이라면, 이럴떄 어떻게 대처 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여기서 국수를 먹고 나가는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까지들었으니 말이다.


할머니가 화덕에 앉으실 그 2분여의 시간동안
참 많은 생각이 흘렀고, 코끝에 얕은 연탄가스 냄새만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을 뿐이다.


큰기가 작은기가.


할머니가 물으셨다.

나는 배가 많이 고프진 않았고,잠시 간식시간만 때우면된다는
요량으로 들어왔으나, 상황이 나를 큰것을 먹게했다.

큰거요.


그리고 다시 우두커니 앉았다.

......그러고 있는데, 국숫집 앞으로 성당 쳥년 한명이 뛰어가는게 보였다
나는 자리를고쳐잡고, 의자를 바짝 당겨 골목에서 내가
안보이는 구석으로 몸을 밀착시켰다.

국수가 다 말아 졌고, 직접 화덕으로 가서 국수와 김치를 가져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참 오래되었다.
참 나이가 많이 드셨구나.
할머님은 올해 연세가 과연 얼마나 되셨을까.

내가 눈에 보이는것들을 기억으로 바꿀수 있는 재주가
생긴 7살 때 즈음부터....라고생각하니
나도 무려 그로부터 20년 세월을 지나왔다.
그 시간동안 많이 변했고, 나이 들었다.


예정에도 없던 "큰거" 를 먹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차분하게 만든것이다.

20년.
할머니.
국수
파란천막.




평범한 일상이었던 것들이 기억이 되어갈때.
짐짓 두렵기도 하다.


오래전, 할머니의 파란천막이 기대어 있던
목조주택은 허물어져 빌라가 들어섰으며
그 즈음하여 할머니는 옆골목으로 자리를 옮겨가셨다.

파란천막은 사라졌다.
7살의 내 나이는 아스라히 떠나갔다.

잠시, 간식시간만 때우고 들어가자 싶어 들어온
소피국수집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비록 건강에 좋은 음식, 최 상급의 고급재료로 만든 그런
국수가 아닐지언정, 이 국수맛 조차도 언젠가는
내 삶안의 한조각 기억이 되겠구나.

집에 가기위해, 골목으로 들어선 그곳에서,
비릿한 소 기름 냄새와 연탄가스 냄새
그리고, 골목한켠에 자리잡은 오래된 국수 솥이
평범한 일상의 한 풍경이 아니게 될 때

그때를 잠시 생각 해 보게 된다.




이 맛있는 국수 한그릇도
언젠가는 기억이 되겠지...

 

 

 

 

2010.

 

 


 



profile

내게, 사진은

그림을 대신할, 대안이다.

그러기에,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름 :
id: 엠씨우퍼/차영빈엠씨우퍼/차영빈
제목 :
소피국수
분류 :
기타/자유
조회 수 :
3211
추천 수 :
11 / 0
등록일 :
2010.07.25.22:06:12
(*.239.51.123)

profile
kim
2010.07.25
22:31:10
(*.13.96.92)
작품을 보고...긴 글을 읽고...다시 작품을 보았습니다.
오늘은 우퍼님의 작품과 글만 눈과 마음에 담고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글과 작품,,,너무 감사합니다!
profile
2010.07.25
23:23:32
(*.69.206.189)
그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는 국수맛과 사실과 변동이 없는 국수가격..
다만 할머니의 외적인 모습만 흐르는 삶의 시간에 변하셨겠죠.!!
왠지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는 사진과 글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우퍼님의 시선과 좋은글귀들 기대합니다~!!
profile
2010.07.25
23:44:07
(*.37.108.8)
감성이 묻어나는 작품, 다시 한번 감동합니다. 찬사를 보냅니다.
profile
2010.07.26
11:44:01
(*.88.124.150)
소피라서 저 부르는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따뜻한 정을 느끼게한 글 맛깔나게 읽고 갑니다.^^
profile
2010.07.29
11:17:21
(*.148.111.102)
햐~! 아름다운 시선, 즐감 합니다.
noprofile
2010.11.12
14:22:50
(*.75.223.194)
즐겁게 감상 합니다.
profile
2011.08.19
09:06:44
(*.140.253.86)
오~! 환상적인 작품, 정성어린 작품, 찬사를 보냅니다.
profile
2011.12.03
16:36:47
(*.142.10.182)
즐겁게 감상 합니다.
profile
2013.11.27
09:46:20
(*.130.228.236)
크아~! 예술적인 작품, 감동의 물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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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7
21:07:43
(*.148.109.170)
정감이 묻어나는 작품, 즐겁게 감상 합니다. 찬사에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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