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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불던 프라하..

# 바람 불던 프라하 ..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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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내려 까를교를 천천히 그리고 블타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즐기며

걷는다.

600 년 전에 보헤미아의 왕인 까를 4세가 1406 년에 세웠으니

한 걸음 옮겨 걸을 때마다 1년의 역사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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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보는 하늘의 구름과 다리 아래에 흐르는 강물만이 오늘의 모습이고

다리 끝에 세워진 탑과 그 것 넘어 구시가지 그리고 프라하성은 1000

세월을 간직한 중세의 모습이다.

까를교는 오늘과 1000년 전을 연결하는 시간여행의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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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교를 메운 사람들...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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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 사람의 흐름은 다리 아래 강물의 흐름과 같다.

뒷물이 앞물을 밀 듯 뒷사람에 밀려 걷다보면 거리 악사의 연주, 조그마한

좌판에 액세서리 장사, 초상화 그리는 화가, 그들 앞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에 막혀

길이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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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난간 양쪽으로 성서 속 인물과 체코의 성인 등 30명의 조각상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검게 변색된 청동 동상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말을 하는데 내 귀엔

사람들의 소음으로 안 들린다.

분명 그 동상들은 사람들에게 말을 하려고 수 백 년을 그 다리 난간에 서서

있었을 턴데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지나간다.

아마도 동상들은 조용히 말하고 있으리라... “사랑하라... 서로 사랑하라...” .

17세기 세운 예수 수난 십자가상에 고개를 숙이고 잠시 기도를 했다,

성 요한 네포무크 동상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동상 아래가 반질반질하게 빛났다.

나도 그 곳에 손을 대고 2가지 소원을 빌었다.

소원이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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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 밀려 까를교를 지나 바츨라프 광장으로 들어왔다.

천문시계와 틴 성당을 눈에 넣고 가슴에 새기고 사진기에 담았다.

고딕 건물의 특징인 뾰족지붕과 건물 양쪽이 대칭되는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놀랍고 웅장함에 감탄과 그들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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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슴을 흔드는 것은 자연스럽게 변한 검은 빛바랜 담벼락이다.

세월을 셈해주는 건물 벽의 검은 퇴색은 흰머리 노인의 얼굴에 핀 검버섯처럼

보였다.

돌아가신 내 아버지 얼굴에 검버섯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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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서서 빙 둘러보면 건물 사아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보인다.

머리 같은 광장과 다리처럼 뻗은 골목길이 마치 문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 하고 골목길에 들어서면 카페와 작은 가계들이 문어 다리의 빨판처럼

다닥다닥 줄지어 있다.

길바닥은 네모난 돌로 덮었기에 오돌토돌한 길을 걸을 때 마다 발에 마사지를

받듯 감촉이 좋다.

, 굽 높은 구두를 신은 멋쟁이 여성은 남자의 팔짱을 꼭 끼고 걸어야 된다.

가끔 지나가는 차바퀴 소리가 둘둘둘거리며 색다른 리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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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은 광장의 인파를 피해 걷는 연인들이 많다.

노천카페에서 기울이는 필스너 우르겔(Pilsner Urquell)맥주는 민들레처럼

노랗고, 포도주는 밤에 핀 장미처럼 붉었다.

길옆에 서서 부둥켜안고 입 맞추는 젊은이는 내 추억이었다.

그 젊은이 중 한명이 떠오른다.

토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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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체코 프라하 배경의 영화 프라하의 봄에서

주인공 토마스가 여성들을 만나며 다니던 골목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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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토마스는 프라하에 살며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며 살다가 식당 직원

테레사를 만나 결혼을 하고 살지만 많은 여자를 만나는 토마스에 고통스러워한다.

당시 체코의 민주화 바람인 프라하의 봄을 제압하기 위해 소련이 프라하로

탱크를 밀고 들어오고 테레사와 토마스는 스위스로 거주지를 옮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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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시의 붉은 지붕이 아름답다

동유럽을 여행하며 인상 깊은 것 중 하나가 전원주택이다.

초원에 사각형의 반듯한 집에 붉은 지붕.

단순한 모양의 집이 아름답고 넓은 초원에 드문드문 노란 유채 밭이 동화 속

그림이다.

저 쪽에서 백설 공주가 난쟁이들과 춤을 추며 걸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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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파랗고 붉은 지붕 위로 흰 구름이 흐르니 꿈속에 꿈이다.

저런 집에 살아봤으면... ...

왜 저들은 지붕을 전부 붉은 색으로 했을까... ...?

나도 집을 지어 산다면 붉은 지붕에 하얀 벽의 2층 집을 짓고 작은 발코니에

빨간 꽃이 핀 화분을 놓으리... ...

하얀 창문에 신부 드레스처럼 고운 흰 커튼을 허리 잘록하게 매어 놓으리...

그리고...

이 곳 여행하며 찍은 붉은 지붕 하얀 집 사진을 현관에 걸어 놓으리...

그런 집에 산다면 입술은 더 붉어지고 머리는 더 맑고 하얗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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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살고난 후에...

내 몸에 날개 달고 이 집을 떠나는 날, 하늘에 오르며 내려다보리.... ...

붉은 지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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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지붕의 집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서 더욱 인상 깊었다.

플리트비체의 폭포와 붉은 지붕 그리고 블레드 호수가의 붉은 지붕의 집들은

푸른 물과 어울러져 천상의 집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붉은 지붕의 집 하얀 창문에 서서 블레드 호수의 백조를 보다 플리트비체의

폭포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다면... ...

그것은... ...

호수처럼 맑은 엄마의 눈이요, 폭포처럼 편한 엄마의 자장가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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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 ...

오스트리아, 베를린. 헝가리, 폴란드를 스치듯 여행을 하며 그동안 책에서

알아왔던 사람들...

모차르트, 히틀러, 베토벤, 합스부르크, 오스만제국, 칭기즈 칸의 몽골, 유태인,

코페르니쿠스, 쉔브른 궁전, 신들러 리스트,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

12차 세계 대전,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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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은 왜 그토록 미움을 받았고, 과연 하나님이 선택한 민족인가...?

가스실에서 죽어가며 벽에 파인 고통의 손톱자국을 신은 보지 못했나...?

죽은 여자의 머리칼로 카펫을 만들고 금이빨을 모아 전쟁 자금에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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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걸린 사진과 그들의 유품에서 오늘도 죽음의 고통이

새어나오고 울부짖음이 하늘을 찌른다.

여기저기에서 시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오늘은 역사를 본 것이 아니고 악마들의 춤을 보았고 신곡에 나오는 9계단

지옥을 걸어 내려가 단테가 본 지옥을 나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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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절대 웃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 날은 하늘도 올려다보지 않았다.

그 날은 종일 시체를 가슴에 안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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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실제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니 설마 했던 것들이 다 사실이었다.

역사를 이끈 주인공들의 이름 아래 힘없이 사라진 무수한 희생의 넋들도

역사에 가치를 올려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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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을 여행하며 소소한 불편이 생각난다.

7 시간의 시차로 이 곳 아침이 서울에 저녁이 되니 몸이 기억하는 화장실 가는

시간이 달라 변기에 앉아도 헛힘만 주고 얼굴만 빨개진다.

여행 중 낮에 신호가 오면 어쩌나...?

버스를 세워달라고 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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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국처럼 도로에 넓은 휴게소가 없어 주유소에 딸린 작은 마트의 화장실을

이용해야하는데 사람들이 줄서고 또 동전을 넣어야 들어갈 수 있어 무심히 들어갔다가

주머니에 동전이 없으면 속으로 에이...”하며 마트에 들어가 동전을 바꿔 다시 화장실에 들어간다.

화장실은 깨끗하나 남자 소변기는 왜 그리 높은지 다리 짧은 동양인은 발굽을

살짝 들던 지 아니면 자기 거시기를 손으로 올려 발사한다.

여자 화장실의 변기도 높을까...?

아이가 큰 의자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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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전 짜리 동전을 바꾸며 자연히 마트에서 과자 한 봉지 사고... ...

아마 그들의 상술 중 하나이리라.

대변은 자연히 참게 되고 이틀이 지나니 아랫배가 슬슬 불러온다.

호텔에 들어가면 오늘 저녁엔 꼭 성공을 해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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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엔 있을 것은 있고 없을 것은 없다.

방은 좁고 TV도 작고 침대 옆에 휴지도 없고 욕실은 좁아 샤워시 팔을

가슴에 모으고, 물론 치약과 칫솔 로션은 없다.

아시아 여행 땐 머리빗까지도 놓여 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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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

보송보송한 침대의 흰 시트가 맘에 들고, 창 너머 보이는 초록의 풍광과 붉은

지붕의 주택은 한 폭의 그림이다.

맑은 바람과 고요함은 덤이다.

강아지 가는대로 뒤따르며 산책하는 사람은 보노라면 내 마음은 어느덧 좁은 방을 나와

그들과 함께 걷고 있다.

그리고 하얀 침대에 누워 가족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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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방의 작은 모자람은 창으로 들어온 한없는 자연으로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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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해가 솟기 전에...

카메라를 들고 호텔 주변을 돌며 나만의 사진 여행을 한다.

붉은 해가 구름 사이로 칼날 같은 빛을 뿌리며 떠오르면 멀리 보이는 초원은

얕게 피어오르는 안개에 덮혀 초록 바다로 변한다.

햇살을 받아 붉은 지붕은 더 붉어져 바다에 떠있는 사랑의 조각배이니... ...

내 가슴은 뛰고 그 바다에 빠져 숨을 몰아쉰다.

어디선가 새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지만 나는 새는 없다.

아마 둥지에서 아침 사랑을 나누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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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하늘과 땅은 카메라에 가득 담았으나... ...

내 마음의 감동은 얼마나 담았을까...?

카메라에 내 마음의 느낌을 반만이라도 아니 그 반에 반만이라도 담았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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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여니 익숙한 냄새가 좋다.

화장실 문을 여니 어찌 알았는지 아랫배가 움직인다.

동유럽 여행이 끝날 때면 왼팔에 돼지털 오른팔엔 닭털 그리고 가슴에

감자 싹이 자란다고 하던데... ...

당분간 돼지 닭 감자 요리는 쳐다보지도 않을 듯하다.

우선 라면부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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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랑 부탁합니다..

이름 :
jin
제목 :
# 바람 불던 프라하..
조회 수 :
4712
추천 수 :
5 / 0
등록일 :
2015.06.04.11:53:26

noprofile
2015.07.14
14:07:44
멋진 여행지의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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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6:26:31
와우~! 환상적인 작품, 형용할수 없는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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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5
11:55:57
캬~! 환상적인 작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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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1
16:07:23
사진도 잘찍지만 시인같은 문장들에 마음뺏기고 갑니다 ~~^^
저도 다녀 온곳 들이라 더 공감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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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14:06:30
정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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