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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의다리..

# 중얼중얼

.

소파에 누워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온 노래를 들으며 중얼중얼 댄다.

옛날에 술집이 하나 있어.”

그곳에서 매일 술을 마셨지...”

그때가 좋았지 친구야.”

우린 그것들이 결코 끝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

우린 영원히 노래하고 춤출 수 있을거야

우리는 도중에 우리의 별처럼 반짝이는 생각들을 잃었어.”

바로 오늘 밤 난 그 술집 앞에 서 있어

유리에 낯설게 비치는 모습을 보았지

저 외로운 사람이 진짜 나야?“

그때가 좋았지 오 그래 그때가 좋았지 친구야

.

텅 빈 거실 소파에 모로 누워 Those were the days, 메리 홉킨스 (1968)

부른 옛노래를 들으며 나는 내게 말을 건다.

혼자 나의 추억을 말하고 있으니 굳이 추억의 중얼중얼이라 말할 수 있다.

맞아. 그때 서울 명동 골목 초라한 지하 술집에서 매일 퍼 마셨지

술집 이름은 참 그럴듯했지... ...아방궁이라고 진시황이 살던...“

대학 친구들이 가끔 날 놀렸지 ... ... 술도 못마시는 인천 촌놈이라구 ... “ ’

자존심 상해 계속 퍼 마시다... ... 결국 세 번 오바이트 후 별명이 바뀌었지

인천 촌놈에서 ... ...세번 오바이트로... 하하 내참

그땐 손목시계 잡히고 매일 술 마시고, 비틀거리며 길에다 토하면서 평생 그렇게

살 줄 알았는데...‘

그때가 좋았지, 오 그래 그때가 좋았지 친구야

그 노래가 끝나고 다른 노래가 흘러나와도 나의 중얼거림은 계속되고 나는 어느덧

대학 시절로 깊이 들어가 명동 골목을 비틀거리다 밤 12시 통행금지 시간에 걸려

파출소에서 새벽 4시까지 졸다 풀려나 하숙집을 걸어갔다.

혼자 추억의 중얼거림은 안부 전화를 해오던 옛 친구의 전화벨 소리에 잠시 멈췄다.

.

오늘의 겨울 햇살은 참 고맙다.

찬바람에 뻣뻣해진 나뭇가지를 감싸 안고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을 불러 앉힌다.

첫눈 후 갑자기 추워지고 먹이가 눈 속에 묻히니 뒷산에서 놀던 참새들은 햇살 따라

우리 집 정원에 내려앉아 논다.

햇살 드는 발코니 창가에 앉아 혼자 중얼거리는 나를 보고 참새는 내게 말을

건넨다.

참새가 옹알거린다

햇살이 참 따뜻하지요 ?“

정원이 참 예쁜데 잠시 놀다 가도 되지요 ?“

놀다 가려면 맛있는 음식도 있었으면... “

발코니 창가에 앉아 겨울 햇살을 만지며 마음을 녹이던 나도 참새에게 중얼중얼한다.

오랜만에 왔구나...“

하얀 눈에서 노는 모습이 참 예쁘구나...“

재잘재잘하는 모습이 유치원 소풍 가는 날 같고

통통 뛰는 모습이 동네 꼬마들 골목에서 구슬치기하는 것 같고

동글동글한 머리 생김새가 갓난아이 눈망울 같고

그래. 맛있는 것 줄게 ... “

어릴 때 내가 제일 좋아하고 아껴먹던 별사탕 줄게

나는 오늘 아무도 없는 창가에 앉아 내게 놀러 온 참새들을 보며 중얼중얼한다.

아마 참새가 내 소리를 들었다면 나의 혼잣말은 중얼거림이 아니고,

참새와 나와의 정겨운 대화였으리라.

벌떡 일어나 좁쌀 한 주먹을 접시에 담아 창밖 양지쪽에 놓는다.

순식간에 접시로 모여든 참새들을 보며 미소가 퍼지고 행복한 중얼거림이 또 새어

나온다

잘 먹어. 내 새끼들아.“

.

참새들은 좁쌀을 먹으며 수시로 날라 옆에 백일홍 나무로 옮겨 앉는다.

내 중얼거림도 눈길 따라 백일홍 나무로 옮겨간다.

백일홍아 .. 추운 겨울 잘 지내고 내년에도 백일 동안 예쁜 꽃 많이 피우고...“

, 며칠 전에 겨울옷 입혔는데. 춥지 않니...? “

따뜻한 남쪽에 사는 녀석이 추운 우리 정원에서 지내야 하니 내가 미안하구나! “

넌 왜 그리 피부가 얇아 겨울옷을 입어야만 하는지...“

목 백일홍은 날씬하게 보이려는 듯 피부가 얇아 겨울이면 냉해가 걱정되어

마대로 온몸을 칭칭 감아준다.

남들은 몇 년 지나면 괜찮다고 하지만 내 맘엔 걱정이 가시지 않고 추위에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떠올라 매년 겨울이면 옷을 입힌다.

그러면 백일홍도 내게 속삭인다.

고마워요...,올 겨울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서...“

.

젊은 시절에 ... ...

나는 소일하지 않고 시간과 더불어 빈틈없이 살았다.

바람이 잠들어 안개는 물 위로 낮게 깔렸다

나는 물 위를 끝없이 걷고 걸었다.

해가 뜬다.

그림자가 생기기 전에 가야지 세상이 좁아서 멀리 달려가면 세상은 넓어지고

거기가 또 좁아서 더 멀리 달려간다.

세상은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고 세상은 다가왔고 다가온 만큼 멀어져서

세상은 흘러갔다.

젊은 시절은 꿈이었다

.

은퇴 후... ...

세월을 잊고 살다 보니 시간은 느릿느릿 흐르다 사라지고 주변 사람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치다 멀어진다.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의사직업을 평생 했기에 한가해지니,

외로움이 불현듯 솟고...

시골 조그만 집에서 겨울 햇살에 감사하며 꽃 한 송이 그리니,

외로움이 피어오르고...

큰 부모님 밑에서 세상 곱게 자라나 가늘고 여린 성격이 어느덧 늙어가니,

외로움이 깊어진다.

외로움은 나도 모르게 외롭게 퍼져나간다.

은퇴 후 생활은 외로움이고 그러기에 홀로 중얼중얼이다.

젊어서는 조용히 지켜보던 드라마도 노인이 되니 내가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양

드라마에 깊이 빠져 중얼중얼하고...

정원에 앉아 나무와 꽃을 보아도 마치 오래된 친구와 이야기하듯 나무를 쓰다듬고

꽃을 가슴에 담으며 중얼중얼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 멀리 젊은 연인들의 포웅을 보면 마치 내 모습인 듯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며 중얼중얼하고...

마치 말 배우는 영아가 혼자 옹알거리듯,

공원 벤치에 앉은 치매성 노인이 혼자 중얼중얼하듯... ...

.

중얼중얼은 인류 언어의 기본이며 스스로 자신에게 말하기 위해 생겨났다.

중얼중얼은 혼잣말이기에 듣는 사람 없어 편하고, 남과 비교할 일 없고, 체면 내세울

일 없어 솔직해지고, 하고픈 말 다 하니 마음이 편하고, 그러나 가끔 혼잣말은 잘못한

과거의 추억을 몰고 오니 반성의 눈물이 흐르고, 한탄의 깊은숨을 내쉬지만 괜찮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하며 위로의 혼잣말로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니 남모를

미소도 피어난다.

.

중얼중얼 많이 한 날은 특히 외로움과 과거 집착과 가족의 변화에 민감했던 날이다.

자기 마음의 부정적 요소는 자기밖에 모른다.

이것을 대화로 풀어내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가 없다.

성내고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부정적 요소인데 그중 집착이 가장 큰 부정적 요소다.

집착은 자기도 남도 괴롭게 한다.

이것을 알아 집착을 무상(無常)의 마음으로 승화시켜 세상이 변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각기 실체가 다르면서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실체의 고유함이다

각자 고유한 권한임에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자신의 고유한 인생을 설계하는

기초가 된다.

집착을 버리고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마음을 비워 칡덩굴처럼 무성히 자란 욕망을

연잎에 물방울 구르듯 떨구면 그리움과 외로움에서 오는 중얼중얼도 점차 사라져

허공을 나는 새의 자취처럼 자유로워질 것이다.

.

중얼중얼 많이 한 날은, 특히 외로움과 과거의 집착과 가족의 변화에 민감했던

그날 밤의 어둠은 왜 그리 길고 꿈자리는 왜 또 그리 사나운지…….

그날 꿈속에서도 역시 나는 홀로 주인공이고 듣는 사람 없이 홀로 중얼중얼하니

내 말에 내가 혼나고 옥죄어 스스로 더 외로워진다.

.

오늘도 나는 나에게 중얼거리며 시간을 보내다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흐르는 구름에 갈 길을 잃은 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반짝거린다.

낮에 보이던 참새도 밤하늘로 갔고 마당에 나무도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사랑 가득한 겨울 햇살도 바람 따라 흔적 없이 사라졌다.

어둠 속에 오직 중얼거림만 남아있다.

잠 못 이루는 긴 밤 꿈속에 중얼거림만 남아있다.

.

어둠 속에 중얼중얼

.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흘러가버린 아픔이여

나도 어둠 속에

한 조각되어 함께 흘러가리

.

그들은 웃고 있을까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나도 햇살 따라

한 조각되어 함께 따라가리

.

어둠 속에 중얼중얼

찾지 말라 그들을

나도 한 조각

구름 되어 사라지리

.

별들 보며 중얼중얼

찾지 말라 사랑을

나도 한 방울

이슬 되어 사라지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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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랑 부탁합니다..

이름 :
jin
제목 :
# 미생의다리..
조회 수 :
1490
추천 수 :
1 / 0
등록일 :
2020.12.26.11:04:06

profile
2020.12.26
11:51:15
이런 이런~! 눈부시게 멋진작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마음에 와 닿습니다.
profile
jin
2020.12.26
13:52:03
..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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