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의 즐거움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사진을 올린 후, 본문에 EXIF정보가 담긴 사진이 나오게 하려면, 파일첨부후, 버튼의 오른쪽 옆에 있는 본문삽입 버튼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사진첨부 및 글쓰기등 게시판 기능에 대한 설명은 ☞이곳 링크를 참조하세요!



# 배낭메고 갠지스강을 걸으며.. ..(1)

_MG_5107-1.JPG : # 배낭메고 갠지스강을 걸으며..  ..(1)Canon | Canon EOS 5D Mark II | 2009:08:10 14:26:39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1 s (1/1250 s) | F/2.8 | 1431655764.67 EV | ISO-100 | 150.00mm | Flash-No


 


# 배낭 메고 갠지스 강을 걸으며..




비행기 안 온도에 맞춰진 안경이 델리 공항을 나오자 곧 뿌옇게 흐려진다


머리까지 올라온 큰 배낭을 메고 택시 타는 곳까지 슬슬 걸으니 시커먼 사람


하나가 옆에 붙는다


회어 아 유 후럼..?


쟈팬..?


홍콩..?


..


_MG_4856-1.JPGCanon | Canon EOS 5D Mark II | 2009:08:09 09:26:04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4 s (1/250 s) | F/4.0 | 0.00 EV | ISO-400 | 48.00mm | Flash-No


 



속 따라붙으며 말을 건다


맘 속에 긴장감을 감추고 그냥 무심한듯한 표정으로 말없이 걷다 택시에 앉았다


..레전드 호텔..


예약된 호텔을 말하니 시커먼 운전수가 시동을 건다


끼끼끼.. 끼끼끼.. 시동이 안 걸린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차를 밀어 2-3 미터 갔는데도 안 걸린다


얼른 내려서 뒤에 줄지어 있는 택시에 옮겨 탔다


시동이 잘 걸리고 잘 굴러간다


_MG_4881-1.JPGCanon | Canon EOS 5D Mark II | 2009:08:09 16:54:57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33 s (1/30 s) | F/4.5 | 0.00 EV | ISO-100 | 105.00mm | Flash-No


 





우리나라 다마스 처럼 생긴 택시인데 발 아래를 내려보니 바닥이 삭아 구멍이 뚫려


도로가 보여 다리를 살며시 들어본다


전조등은 키고 가는데 운전수 앞 계기판에는 깜깜하다


창문에 유리가 없는 듯 보이고 사이드 미러는 안보는 듯 안으로 접혀있다


차가 움직이면서 쉴 틈 없이 빵빵거린다




점점 속도를 내니 끈끈한 바람이 얼굴을 때려 모자 끈을 턱에 조이고


눈에 들어오는 먼지들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앞 차에서 내뿜는 매연에


숨을 참았다 쉰다




..


훼어 아 유 후럼..?


.. 귀찮지만 운전사 비위를 거슬리고 싶지 않아서 답한다


아임 코리안..


..


..뭔가 애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물어본다


이즈 잇 인디아 카..?


..운전사가 자신 있게 말한다..


예스..


.. ..차마..멋진 차라는 말을 할 수 없어 그저 고개만 끄덕거려 본다






레전드 호텔은 5층 정도로 우리나라 작은 모텔 크기인데 로비에는 반질거리는


대리석이 그런대로 호텔 외관의 초라함을 보상한다


호텔 방도 바닥은 대리석이라 깨끗해 보이는데 창문에 붙어있는 에어컨을 키자


굉음을 냈지만 곧 찬 바람이 나오니 안심이 된다


잠 잘 때 시끄러워 어찌 자나 걱정은 되지만……


물론 냉기의 강약과 송풍 조절 레버는 고장이다






화장실에 좌변기가 오뚝하게 보이고 옆에 수도 꼭지가 무릎 아래로 나와있다


화장지는 없다


용변 후 왼 손으로 뒤처리 하는 수도 꼭지다


미리 준비해온 휴지를 화장실에 놓으니 실실 웃음이 새나온다


_MG_4927-1.JPGCanon | Canon EOS 5D Mark II | 2009:08:10 12:37:50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8 s (1/125 s) | F/8.0 | 0.00 EV | ISO-200 | 68.00mm | Flash-No


 





바라나시 가는 기차역은 쉽게 들어갈 수가 없다


10억의 인도답게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이리저리 치이고..


소 똥 밟아가며 여기저기 쭈그리고 앉은 거지를 피하다 보면 어느새


삐끼들이 달라붙어 친절하게 말을 건다


..


..훼어 아 유 후럼..?


..


..그건 네가 알아 뭐 할건데..!






연착을 안 하면 이상한 날이라고 하듯 2시간 늦게 기차는 들어왔다


기차역사 안에 에어컨 나오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후끈한 의자에 앉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미지근한 프라스틱 물병을 의지할 수


밖에 없다




..!


초원에 벌거벗고 서서 시원히 내리는 소나기 맞는 공상을 해본다


목에 건 수건이 땀에 젖어 목을 누른다


여행은 기다림이다


그저 멍히 하늘을 나르는 까마귀를 처다 보며 땀을 닦는다


이런 시간이 고맙다


언제 내가 이렇듯 팔 목에 찬 시계도 안보며 몇 시간을 멍히 지낼 수 있었던가..?






기차는 4등급으로 나뉜다


룸으로 나뉘어 에어컨이 있는 것이 최상급


3층 침대에 에어컨이 있는 것이 일 등급


의자에 에어컨 없는 칸이 2등급


의자 없이 동물과 사람이 함께 타는 것이 3등급이란다




일 등급 기차간에 오르니 다행이 에어컨이 작동되어 2시간 땀 흘린 것도 잊고


마냥 행복하다


목욕탕 사우나에서 땀을 참다 냉탕에 쑥 들어간 느낌이랄까..?




낮 시간에는 중간 층 침대를 접어 벽에 붙이고 앉아서 가다 저녁 9 시경이면


중간 침대를 펴서 3층을 만들고 각자 침대로 들어가 눕는다


내 배낭은 1층 침대 밑 공간에 쑤셔 넣고 쇠 체인으로 감아 열쇠로 잠근다


한 밤에 도둑이 배낭을 통째로 훔친다고 모든 사람들이 쇠사슬로 묶는다




내 자리는 3층이다


수직 사다리를 타고 올라 누워 보니 꼭 관 속에 누운듯하다


180 cm 인 내 키에 머리와 발 뒤꿈치가 벽에 꽉 낀다


목을 살짝 움츠리고 무릎을 약간 드니 편하다




폭은 양 어깨 넓이에 딱 맞아 팔을 배위에 올려 놓지 않으면 침대 밖으로 떨어진다


머리를 숙여도 천장이 낮아 일어나 앉을 수가 없다


일단 올라가 누우면 똑바로 눕든 약간 모로 눕든 고정 자세로 밤을 지내야 한다


그래도 시원해 좋다


냄새 나는 담요까지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전등을 꺼서 기차 안은 컴컴하고 조용한데 어디서 낮은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 배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머리 옆에 쑤셔둔 비스켓을 더듬어 마른 입 속에 우겨 넣고 물을 들이킨다


이 나이에 이렇듯 관 속 같은 침대에 누워 싸구려 인도 과자 먹으며 행복해


하는 내 모습을 내 환자들이 본다면……




17시간 기차를 타고 한 밤을 지내면 새벽에 바라나시 역에 도착한다


오래 전부터 걷고 싶었던 갠지스강이 그 곳에 흐른다






히말리아에서..


하얀 눈 녹아 흘러 골짜기를 이루고


그 물이 모여 강을 이루니 그 강에서 사람이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다


강물이 느릿느릿 흐르듯 삶도 강물 따라 천천히 흐른다




강물이 모여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된다


흰 눈과 골짜기 그리고 강물이 모양은 달라도 궁극에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되리니..


탄생과 죽음이 다르고 네 삶과 내 삶이 다르지만 궁극에 바다에서는 하나가 되리라


_MG_4974-1.JPGCanon | Canon EOS 5D Mark II | 2009:08:10 13:02:20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5 s (1/200 s) | F/6.3 | 0.00 EV | ISO-200 | 90.00mm | Flash-No


 



그 한가운데..


갠지스강이 흐르고 있다


모든 삶의 즐거움과 고통을 갠지스강이 품어 흐르고 있다


그 갠지스강을 보고 느끼려고 내가 이 곳을 걷고 있다






그 강물을 마시는 사람은 그 강물이 젖이 되고


그 강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은 그 강물이 성수가 되고


그 강물에 빨래하는 사람은 그 옷이 천상의 천의가 되고


그 강물에서 몸 담그는 검은 소는 다음 생에 사람으로 환생하리라




저 멀리 강가에 내 다리만한 통나무가 쌓여있다


흰 보자기에 싸인 자그마한 시체가 꽃 장식을 한 채 나무 옆에 놓여있다


몇 사람들이 서성이며 시체 위에 있는 꽃 장식을 걷어내니 옆에 검은 소 3 마리가


꽃을 열심히 먹는다


_MG_5005-1.JPGCanon | Canon EOS 5D Mark II | 2009:08:10 13:19:06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4 s (1/250 s) | F/9.0 | 0.00 EV | ISO-200 | 85.00mm | Flash-No


 





잠시 의식이 행해진 후 나무 위에 흰 천으로 싸인 시체를 올려 놓는다


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무심히 들여다 보다 지나친다


연기가 솟는다



 





살 타는 냄새가 싫어 천천히 갠지스강 상류로 발걸음을 옮긴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다.. 라고 중얼거리며..




내일은 아그라에 가서 타지마할을 보고 시달타가 석가모니가 되어


처음 법을 행한 녹야원으로 가야 하는데..


더워서 어찌 갈까.. 걱정이네..


..

_MG_4998-1.JPGCanon | Canon EOS 5D Mark II | 2009:08:10 13:14:45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13 s (1/80 s) | F/7.1 | 0.00 EV | ISO-200 | 200.00mm | Flash-No


 































profile

많은 사랑 부탁합니다..

이름 :
jin
제목 :
# 배낭메고 갠지스강을 걸으며.. ..(1)
조회 수 :
4006
추천 수 :
3 / 0
등록일 :
2012.06.26.13:28:45

profile
2012.07.03
11:02:08
햐~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profile
2012.07.17
18:36:06
글속으로 빠져드니 현지에서
지가 직접 여행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profile
2012.07.20
20:46:23
바라나시, 강가의 흐름 가운데 유일하게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강.
그래서 인도인들은 신에 다가가는 강이라고 여긴다는데.
바라나시를 보면 인도를 다 보았다고 하더니 정말 모든 장면이 다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