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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CORPORATION | NIKON D700 | 2011:11:22 10:01:16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2 s (1/500 s) | F/7.1 | 715827882.33 EV | ISO-400 | 42.00mm | 35mm equiv 42mm | Flash-No
방학이 되면 아부지와 고향으로 가던길
지금은 모두 포장이 되었지만 갈잎 수북한 길을 미끄럼도 타고
앞서 뛰어가면 넘어진다 지청구하시며 옷버린다 걱정하셨습니다.
옷버린다 하셨지만 행여 다칠까 염려하신 깊은 뜻을 지금에야 깨닫습니다.
평탄한 길이라도 만나면 아부지는 정선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셨고
뒤따르며 솔깃하게 듣고는 베시시 웃기만 하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좋다. 한번 더 불러달라고 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러면 울아부지 기분이 더 좋으셨을텐데.......
가다가 진땅이라도 만나면 댕댕이넝쿨을 잘라 고무신을 질끈 동여매주시고
당신도 두줄로 동여매시고는 진땅을 힘차게 나가셨습니다.
발등이 조금은 아팠지만 땅속에 신발이 박히고 벗겨져 양말을 버리진 않았습니다.
NIKON CORPORATION | NIKON D700 | 2011:11:22 09:43:37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8 s (1/125 s) | F/7.1 | 0.33 EV | ISO-400 | 70.00mm | 35mm equiv 70mm | Flash-No
양지 바른 곳 잔디밭이 보이면 쉬어가자며 낙엽을 긁어 바닥에 깔아주시고
당신은 나무토막에 걸터 앉으셨습니다.
작은 엉덩이 행여 아플까 자식에게는 푹신한 방석을 준비하신 겁니다.
편안히 자리 잡고는 주머니에서 담배쌈지를 꺼내어 골연초를 말기 시작하십니다.
엊저녁 작은 작두에 정성스레 썰었던 엽연초를 조심스럽게 종이에 펴고
정성스레 말아서 침을 발라 끝을 붙인 다음 성냥을 그어대십니다.
타들어가는 담배를 바라보는 순간 동그라미 다섯개 그려진 나의 공책이
타들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담배가 뭐그리 중요하다고 내 공책을 담배말이로 쓰시는지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부터 버려진 신문지 보이는대로 주워다 드렸습니다.
NIKON CORPORATION | NIKON D700 | 2011:11:22 09:25:35 | aperture priority | matrix | Auto W/B | 0.003 s (1/320 s) | F/2.8 | 0.00 EV | ISO-200 | 35.00mm | 35mm equiv 35mm | Flash-No
고향마을이 가까워지면 "이제 다왔다"를 몇번씩 하셨습니다.
어린 자식 데리고 무사히 고향에 도착하신 안도감에서 나온 말씀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제가 힘이 들까봐 용기를 북돋우신 말씀이었습니다.
마을어귀 서낭당에서는 꼭 발걸음을 멈추고 정성껏 여섯개의 돌을 얹으시고
합장을 하신 후 저의 손을 이끌고 마을 안길로 들어섰습니다.
왜 여섯개였는지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당신들 두분은 제외하고 여섯자식의 평안을 하나씩 기원하신겁니다.
저는 십수년만에 이길을 다시 왔지만 아마도 울아부지께서는
그 먼 하늘 나라에서 몇번이나 이 길을 다녀가셨을겁니다.
저는 이 길을 가던 옛생각이 오랜만에 떠올랐지만 울아부지께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떠올리실겁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작권 문제로 embed를 재생할 수 없습니다.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가슴 찡한 이야깁니다 .....
저도 고향을 한번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니던 학교도 없어졌다고 하던데......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