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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늘 그랬듯 흰쌀밥 한공기에 총각김치. 커피두봉지 . 물 한병.담배두갑을 챙겨서
출사를 떠납니다
특별히 목적한곳 없는
가다 발길 멈추는 곳에서
느낌 닿는대로 찍는 일요일의 출사
왜가리 번식지를 갔지만 숲이 고사해 입주해 있던 왜가리들이
반대편으로 둥지를 옮겨 버리는 바람에 그쪽이 보이는 마을 뒷편 외진곳으로
자리를 잡고
날아 들고 나는 왜가리들을 찍다가 ...
커다란 고사목이 위태하게 서 있고 그 아래 헐어져 처마 떨어진 농가 한채를 봅니다
사립문도 없어 황톳빛 민마당과 토방을
낯선 남자에게 그대로 들켜 버린채
머리빠진 어느 사내의 그것처럼
텃밭에 듬성 듬성 채소로 민낯을 핑게 대고 있는 마을 뒷편의 외딴집
그 마당 담벼락에 기대놓은 빨랫줄 기둥에
박새 한마리가 날아 들더니
수돗가 양은 세숫대야에 앉아 목욕을 하고는 푸드둥 ..날아갔다
다시 내려 왔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낯선 사내를 쳐다 보다 ..합니다
인적없는 동네풍경
흔하던 번견 한마리 어슬렁 거리지 않는
마치 마을 사람 모두가 한낮 오수에 빠진듯 잠잠 한데 ..
가난한 세간살이에 문득 집주인이 궁금 해 집니다
지루한 시간이 하릴없이 지나가고 ..
문득
비바람에 슬어진 블럭담 사이로 유모차를 밀고
마침내 주인인듯 보이는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분이
힘겹게 사립문으로 들어 서더니 ..
커다란 삼각대에 사진기를 두개나 걸어 놓고
얼룩무뉘 인민군 복장을 한 사내는 본척 만척
유모차는 밀쳐 놔두고 사립문 입구 텃밭 앞에 쪼그려 앉습니다
앉으시더니
손으로 잡초를 뜯습니다
한참이나 ...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소리를 줄여버린 슬로우비디오를 보는듯 천천히 고요히 흐릅니다
마을의 모든 괘종시계 . 벽시계들의 배터리를 다 빼버리고
사람들 . 개들 .고양이들 . 경운기들까지 모두 잠들어 버린 가운데
이 할머니 한분만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
그리고 그 옆에 늙은 암코양이 한마리가 할머니 등에 제 몸을 부벼 대더니
이내 그 마저도 귀챦은 듯 텃밭에 드러 눕고 맙니다
무료하다고나 할까요
아니 더이상 할 무언가의 행동이나 일따위가 없어서 라고나 할까요
멈춰버린 시간속에 할머니의 그 작고 조용한 풀뜯음이 계속 됩니다
그저 손이 가서 풀을 움켜쥐고 당기고 또 쥐고 당기고 ..일뿐
궂이 뜯어 없앨 의도도 아닌것 같은
그 사이
불과 5미터 거리의 낮선 사내를 눈치 채지 못하신건지
아니면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인지
단 한번의 눈길마저 주지 않은채
할머니가 토방을 오르더니 방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 가십니다
잠시후
티비가 켜진듯 하자
고요하던 마을에 시계가 다시 돌고 음성과 노랫소리가 들리고
잠들었던 마을 전체가 일렁이는듯 합니다
단지 티비를 켠것 뿐인데 말입니다
거 누구여?
방안에 있는 할머니가 소리 칩니다
보이지 않는 바깥의 낯선 사내에게가 아닌
거기 누구 없소 ?
그냥 한번 불러봤소
..노랫가사처럼
할머닌 허무하게 혼자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또
거 누구요 ?
대답을 듣자는것이 아닙니다
거 누구없소 ?
누구를 부르는것도 아닌
너무 늙어 정신이 혼미 한 ..이라고 밖에는 표현할길 없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겠지요
할머닌 누군가를 부르고 계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누구인지는 알길 없지만
...
해가 져 가니
장비를 거두고 차 시동을 걸어두고 ..
잠깐 다시 돌아보니
죽어 마른 커다란 고사목의 쓰러질 방향이 할머니 집 지붕의 반 정도에
겹쳐 보입니다
저 나무가 쓰러지면 ..
네비를 보고 주소를 적어 둡니다
읍사무소 복지과에 민원을 넣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
산을 돌아
큰길 나가기 전
새로 생긴 묘를 봅니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없던 묘
그 자리에서 왜가리 둥지를 찍었었는데 ..
그 자리에 서서 왜가리를 찍던 어느 날
팔순은 넘어 보이는 노부부의 느릿한 걸음과 마주친적 있었습니다
신문따위와 생활 쓰레기를 손수레에 싣고 느릿하게 밭으로 오는 노부부와
그 부부 뒤를 따르던 늙은 암코양이 한마리 ..
사진 찍는 이에게
여가 우리 밭인데 지금 우리가 쓰레기 태우면 연기 날테니 저만큰 떨어져 찍으소 ..
그 할머니 . 할아버지 고양이를 찍었습니다
아...........
그 할머니
그리고 그 할아버지
저기 누워있는 분은 그 할아버지 셨구나
그리고 풀 뜯던 그 할머닌 ..
그랬었구나 ..
두분중 저 할머니만 남으셨구나 ..
더 이상 할일도 없는
쓰레기를 태울 일마저도 이제 필요없는
가르켜 주세요
잘 늙는 방법을요 ..
그때 .....까지는 괜챦겠지만
우리도 언젠간 ....
잔잔한 감동으로 읽습니다~~~^^
늘 건강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