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글을 올리시고 이야기하는 공간입니다. 경어체를 사용해 주시길 바라며, 자유로운 만큼 더욱 더 예절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자게의 성격에 맞지 않거나, 광고성글, 타인에게 거부감을 주는 글은 임의 삭제/이동 조치 합니다.

출석부규정;출사코리아 회원은 누구나 작성 가능하며, 05;00 이후에 작성해 주시고 그 이전에 작성한 글은 통보없이 임의삭제 하니 참고 하여 올리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에 대한 지난 날의 기억들..

profile

 

 :: 기록을 남기는 사진가 ::    -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다.

 

       네이버 블로그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nzeozzang                    http://nzeozzang.com 

이름 :
id: 엔죠엔죠
제목 :
어머니에 대한 지난 날의 기억들..
조회 수 :
617
등록일 :
2009.12.03.00:15:15
http://nzeozzang.com/music/ballad/kks_sarang.wma


몇년전일까.. 항상 불편하신 몸으로 홀로 큰방에 주무시는것이.. 어머니께서 외로울까봐
그날밤은 큰방 어머니 옆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비록 몸은 불편하시고 가족외에 다른이에게는 잘 알아듣기 힘든 말씀을 하시지만.. 그래도 어디에 가셔도 사교성이 참 많으셨던 어머니..

그렇게 그 날밤은 어머니의 청춘시절에 대해 약간의 질문이라도 던지면
무엇을 회상하셨는지 끊임없이 얘기보따리가 나왔던 그 날..

그 날의 기억이 아련하게 희미하게 나마 남아 있지만..
고향인 울산을 벗어나서..  일하러 서울도 가셨고.. 부산에도 가셨다는 첨 듣는 얘기들..
국민학교때 인가.. 일제시대도 겪었고, 어느날 해방이 되어 또 6.25를 겪으셨다는 얘기들...

시집와서 이후의 얘기들..
이렇게 얘기나누길 좋아하시는데, 얘기 벗이 되어 주지 못한게 참 죄송스러운 어느 날 밤이였다.

그리고, 어디서 들어봄직한 아주 옛날의 가요를 부르시던 어머니.. 이미자를 좋아하시던 어머니..


.
.
.
.
.

"형님아, 그때 어머니 이름이 일제시대때 뭐라고 했지?"
"어,  야수노리 하루꽁! 이라고 하셨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은 잠시 사라지고 첨 삼형제에게 그 말씀을 털어놓으시던 그 날.. 삼형제가 모두 어머니 앞에서 웃었던 기억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었다..


.
.
.
.
.






'어무이.. 보문벚꽃구경 가보셨는교..'

'그럼, 불국사는요..'

고개를 절레 절레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경주에 오랫동안 계셨으면서 아들 뒷바라지에 그렇게 가까운 곳을 못 가보신것에 대해 너무 죄송스럽고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늘 학원 한번 보내지 못해 아들에게 미안해 하시던 어머니..

대학에 들어가서도 돈이 없어서 그 흔한 운전면허도 딸 수 없었던 학창시절..
언제쯤 이 고난의 시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항상 해준게 많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씀을 전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눈물짓던 나날들..

늦깎이로 대학을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 하니.. 어느듯.. 서른..

그렇게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면허를 따고 바로 차를 장만하고 내 자신이 날개를 다니..
너무나 많이 놓친게 눈에 띄었다.




약간의 꽃샘추위의 바람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하얀세상의 풍경과 절에 많이 다니셨던 어머니에게서 불국사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으리라..
2006년 4월..



.
.
.
.
.
.


장례식 종일.. 그리고 삼우제가 끝난 이후에도
삼형제의 늦은 술자리는 계속 되었고, 지난날의 얘기로 계속 이어져갔다.

해운대의 어렴풋한 기억...

"막내 사는곳도 구경하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큰형님의 말씀..


정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흐릿한 기억..
노란튜브, 약간의 바다모습, 모래백사장.. 그곳으로 가기 위한 덜컹거리는 열차안..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사주신 움직이는 기차장난감..

아버지의 모습은 기억나지 않으니.. 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세아들을 데리고 힘들게 이곳까지 오셨으리라..







변화된 지금의 모습을 보시면.. 어떤 느낌을 받으실까...
햇볕이 따뜻한 날.. 백사장의 길을 지나는 운동삼아 지나는 어르신들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





내년 형님이 부산에서 결혼식을 치룰때
하루전 미리 어머니께 막내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고향갔을때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카메라LCD로만 이곳이 막내가 사는곳이라고 보여드렸을것이다 라는 생각에 애써 위안을 삼아본다..

참 나에게는 그리 가까운 곳인데.. 몸이 불편하시다는 이유로 제대로 이곳도 못 구경시켜드리니 죄송스러운 맘이 더욱 드는 요즘이다..




.
.
.
.
.
.


카메라...

아주 어렸을때 우리집에도 막연히 하나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카메라가..

드디어 내 소유의 카메라가 생겼다.
한장 한장 소중한 사진들... 추억담기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2006.11.30일 어머니 생신때..





2007.11.18 어머니생신때.. 이때부터 고구마케잌을 좋아하셨구나..






2008.11.07 어머니생신때.. 부엌칼로 케잌을 자를려고 하셔서 또 한번 웃음을 주신 기억...
이때까지도 그나마 괜찮으셨던것 같은데..



올해 추석이후로
불과 한달, 보름... 어느새 하루 단위로
어머니 모습이 점점 달라져 보이는게 느껴졌다.
마치 10여년동안 진행된 오랜 병의 증세가 단 며칠만에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느낌...


아.... 어쩌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눈물이 글썽인다...

이제는 한시라도 옆에 누가 있지 않으면 스스로 못 일어서는 상황에 이르러 서야..
이모님들의 계속된 권유로 가족들 모두 요양원에 모시기로 동의했다. 어머니께서도....

"욱아, 어머니 요양원들어가시면 연락하거래이.."
늘상, 동생이자 언니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시고 눈물을 훌쩍이는 이모님들...

11월 21일.. 이모들도 오시고, 큰형도 내려오시고 그 날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었다.. 그러고 보니 다가오는 음력10월10일은 어머니 생신이시구나...


입소후 바로 가족들이 찾아오면 집에 가고 싶어 하실 수 있어서
어느정도의 요양원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사무국장님이 말씀하셨다.

입소후.. 일주일.... 홀로 계실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2주동안은 차마 기다릴 수 없었다.
고향의 형님에게 연락을 하여 주말에 꼭 같이 찾아가자고 했다.

아들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
비록 몸은 그곳에서 제일 불편하시지만... 다른분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아들을 알아보실 수 있는 어머니...
자리에 앉아서 무어라 말씀을 하시지만.. 가래에 의해 더욱 말을 알아듣기 힘든 어머니의 목소리..
어머니의 눈을 잠시 피하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눈물이 흘렸다..


하지만, 죽이라도 식사도 잘 하시고, 전에 보다 더욱 알아보기 힘든 필체이지만..
어머니의 펜끝에서 우리에게 전달을 하시려는 말씀 하나 하나 파악하고.. 또 이해가 될때는 또 뭔가 모를 안도의 한숨...

병원검사.. 평소 좋아하시던 빵..사탕..
그리고, 거의 드러나 시피 한 허리뼈에 의해 이불을 두개깔고 누우시던게 안타까워 내가 사드렸던 매트리스...

형님이 담날 가져다 준다고 했지만
내가 바로 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다시 요양원에 와서 짧으나마 어머니와 데이트...
예전 병원에 입원하셨을때 처럼 여전히
주위에 무언가 먹을 것을 돌리시라고 하시는 어머니..
거의 드러나 시피 한 뼈를 만져도 시원하다고 하시는 어머니..

어느새 시계는 저녁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머니는 주무시러 가야겠다고 손짓을 하셨다..
'어무이, 이제 가도 되겠는교.. 자주 또 올께요..'

약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이시는 어머니..
올록볼록한 욕창방지용 매트를 거절하시고
주위의 염려에도 막내가 사드린 매트리스를 고집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편안히 잠자리를 청하시는 어머니...






.
.
.
.
.
.



그리고.. 3일후, 그날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뵌 날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었다. 요양원에 계신지 12일만에 어머니는 그렇게 외로이 저 세상으로 가셨다.
9일만 지나면 생신이고 다가오는 주말엔 삼형제와 또 어머니의 형제와 함께 케잌을 자를려던 날인데 말이다..

어머니를 꼭 닮은 작은이모와 항상 동생을 챙기셨던 큰이모의 장례식장의 울음소리에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더 서글퍼져 보였다.

명절때 서울에서 큰형이 내려오면 꼭 가족사진을 같이 찍겠다고 가져갔던 카메라..
2년전 그날의 가족사진의 어머니 모습이 영정사진이 되었다.





어머니의 생신 날짜가 다가왔다..





참 이상했다..
바람의 흔적은 몸으로 전혀 느껴지지가 않은데,
초에 불을 붙이자 마자 계속 꺼져버렸다.
마치 예전 생신때 어머니께서 직접 케잌촛불을 불어 끄셨던 것 처럼..

그렇게 다시 붙이기를 여러번... 그리고 초는 약간의 시간을 태웠다..
잘 드시던 고구마 케잌..그리고 부드러운 크림빵..









한때 장기복용한 약기운을 뺀다고 병원에 장기입원했던 때인것 같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어머니 필체만 보면 눈물이 절로 난다..

사진찍을때는 V자를 꼭 해야 된다고 어머니께 V자를 강요했던 그 날..

교회 이런저런 모습을 좀 찍으라고 하시는 어머니..

몸이 불편하셔도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주시던 어머니..




삼우제를 지내고 첫날밤,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서
큰방 영정사진앞에서 잠이 들었지만 어머니는 꿈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꿈에 나타나면 좋지 않다는 속설들이 있었지만,

다시 부산에 내려와서도 매일밤 나타나기를 기다렸던 어느 날..

돌아가신지 일주일이 지났을까... 꿈속에 어머니께서 감은 눈을 뜨고 잠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불과 몇초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을까..이번엔 어머니께서 오랫동안 꿈에서 계셨다.
가족들이 모두 방안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을때, 어머니께서 하늘을 가리키셨다..
천정이 없는 방안.. 컴컴한 밤하늘.. 그리고 약간씩 보이는 별빛..
어머니의 표정은 뭔가 두렵다는듯한 모습을 나에게 비추셨다..

뭔가 아쉬움이 남으셨을까.. 자식들이 걱정되어서 그런 불안한 표정을 지으셨을까..

그리고, 다시 모습을 비추시지는 않으셨다..

연인간에는 사랑이 변할 수 있고, 친구간에는 배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오로지 변함없는 사랑만 보여주신 어머니...


어제 새벽은 그렇게 컴컴한 천장만 바라보다 눈물로 또 하루를 지새웠다.
내가 좋은 집을 장만할때도.. 또 결혼을 해서도. 자식을 낳아서도..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도 기억날 어머니..
또 한번 눈물이 글썽인다..









.
.
.
.
.
.
.
.






여러 출코회원님들 및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머니 장례식을 무사히 치르고 좋은 곳에 모셔다 드렸습니다..

찾아주신 분들.. 멀리서나마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신분들.. 온라인 상으로도..말씀을 전해주신 분들..
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말씀을 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글쓴이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id: 엔죠엔죠 [공지] 스마트폰 페이지에서 파일첨부가 보이지 않을때 - (안드로이드 계열 ... [20] file 2013-08-22 230112
공지 id: 엔죠엔죠 ★ 스마트한 출코 모바일 페이지 (스마트폰에서 사진올리는 방법!) [58] file 2011-04-26 244160
공지 id: ㅊ ㅓ ㄹ ㅣ/손상철ㅊ ㅓ ㄹ ㅣ/손상철 카메라로 찍은 사진올리는 방법~(동영상) [70] file 2010-07-13 242049
공지 id: 엔죠엔죠 윈도우7 ie9에서 파일첨부가 되지 않을때 - 기타 잦은 질의응답 [10] file 2010-06-15 246385
공지 id: ㅊ ㅓㄹ ㅣ/손상철ㅊ ㅓㄹ ㅣ/손상철 추상 갤러리 개설했습니다. [27] 2020-07-06 103257
9921 산능선 다 아시는 포인트 하나 더... [11] file 2009-12-03 457
9920 id: 짱돌/안영짱돌/안영 방금 도착하신분 [21] file 2009-12-03 627
9919 hayannala [re] 이젠 그만 내려놓으세요 [7] 2009-12-03 427
9918 풀잎향기 마음이 시원해 지는곳 [13] file 2009-12-03 523
9917 바람™ 12월 3일 출석부 [73] file 2009-12-03 460
9916 산능선 무슬목 하시길래... [21] file 2009-12-03 470
9915 찌몽/유진호 사진이론 전문가분들께 여쭙습니다..^^ [6] file 2009-12-03 438
» id: 엔죠엔죠 어머니에 대한 지난 날의 기억들.. [47] 2009-12-03 617
9913 id: 진현주진현주 벌써 성탄절~~~ [16] file 2009-12-02 418
9912 id: 곰빛/권기학곰빛/권기학 지금 부산 광복로는 [14] file 2009-12-02 467
9911 id: 노엘맘노엘맘 다욧해야 하는데... [12] file 2009-12-02 428
9910 서윤교 위성 사진볼려면~~~ [7] 2009-12-02 426
9909 피오피 천고 가 어디갔나요... [4] file 2009-12-02 438
9908 id: 홍양(HONGYANG)/홍진우홍양(HONGYANG)/홍진우 지난 1년간의 기록 [17] file 2009-12-02 544
9907 id: Acme/김대연Acme/김대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5] file 2009-12-02 481
9906 silver(송준희) 무슬목입니다 [10] file 2009-12-02 629
9905 FIELDMAN 무슬목에서 장노출 촬영이 가능한가요? [4] file 2009-12-02 545
9904 Earth™/김형수 월간 포토넷12월호에 "향기님"의 사진과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59] file 2009-12-02 710
9903 id: Acme/김대연Acme/김대연 [궁금&고민] 중학생이 미적분을 배웁니까? [14] file 2009-12-02 926
9902 hayannala 본격적으로~준비?하세요 [16] 2009-12-02 5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