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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 티베트의 초원..


# 동 티베트의 초원




 하얀 뭉게구름이 해발 3500m 초원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에서 둥글둥글 피어오른다.




뭉게구름 속에 까만 사람이 또렷이 새겨져있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의 하얀 말은 흰 뭉게구름에서 벗어나 까만 말발굽이 또렷이 보이며




말 뒤로 흙이 튀어 오른다.




 




나는 짜시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다 그의 거친 손바닥에 힘없이 손을 뺀다.




짜시의 손등은 검고 거칠었으며 까만 때가 낀 손톱은 햇살에 반짝였다.




얼굴은 눈만 내놓고 천으로 감았지만 콧날은 불록 솟아있다.




짜시 뚠주라는 이름이 미남이라는 뜻이듯 키와 어깨가 균형 잡힌 건장한 티베트 청년이다.




 




그의 게르는 초원 언덕위에 홀로 앉아있다.




낮은 문에 허리 굽혀 들어가니 텅 빈 공간에 그와 내가 서있을 뿐이다.




바닥에 깔린 양털가죽위에 앉아 게르 가운데 검게 그을린 냄비를 걸고 바짝 마른 시커먼




야크 똥에 불을 지핀다.




수유차를 끓인 후 검게 변한 고깃덩이를 허리춤에 찬 작은 칼로 뭉텅 잘라 냄비에 넣는다.




그와 함께 한 티베트 초원의 저녁이다.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이 눈을 감아도 반짝거린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 게르 앞에 매어 놓은 말 냄새를 흩뿌린다.




바람이 세지니 게르 앞에 세워진 룽다의 오방색 천이 몹시 펄럭인다.




나는 그 펄럭이는 소리에 관세음보살의 현존함을 느껴 부처님께 감사하며 합장을 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내 몸도 사라지고 고요함이 깊어질수록 내 정신도 없어진다.




너와 내가 없고, 욕망과 지식도 없고, 세상의 모든 행위가 없어진다.




히말리아 자락에 하늘과 가장 가까운 초원의 밤이다.




초원의 밤은 자연만 존재할 뿐, 신과 초원만 존재할 뿐이다.




 




룽다는 작은 글씨로 촘촘히 불경이 쓰여 있는 네모난 천을 이어서 만국기처럼 만들어




집 앞에 세운 깃발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바람 많은 곳에 타르초와 룽다를 세워 바람에 펄럭일 때마다




천에 쓴 경문이 바람을 타고 퍼진다고 믿는다.




다섯 가지 색깔로 되어 있으며 색은 지구를 구성하는 5가지 및 방위를 뜻한다.




파란색 - 하늘, 흰색 - 구름, 빨간색 - 불, 녹색 - 물, 노란색 - 땅을 뜻하며 동, 서, 남,




북, 가운데를 뜻한다.




바람이 많이 날리는 곳에 걸어놓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에




널리 전파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나 산 정상, 집 앞 등에 매달아 놓는다.




 




 




어둠 속에 짜시는 티베트 정장을 입고 붉은 천으로 허리를 감고 옆에 작은 칼을 찬다.




야크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저녁에 먹은 야크 뼈를 손에 집어 든다.




짜시는 칼과 모자 그리고 뼈를 항상 몸에 지니고 외출을 한다.




 


외출 시 그들이 몸에 지녀야할 관습이다




짜시는 게르 앞 룽다를 시계 방향으로 서너 번 천천히 돌고 합장을 하며 먼 곳을 본다.




먼 곳에 반짝이는 북극성 따라 가면 작은 게르가 나온다.




그 게르에 짜시가 좋아하는 조마라는 여인이 홀로 지낸다.




 




조마는 갓 17 살이 되는 여인이다




조마는 티베트 말로 미녀라는 뜻이 듯 티베트 여인의 이름엔 조마라는 이름이 많다.




조마런칭이 사는 게르 앞에 조용히 앉아있는 개에게 짜시는 손에든 야크의 뼈를 던져주며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익숙한 듯 개는 꼬리를 몹시 흔들며 짜시를 맞아 하루 종일 텅 빈 초원의 외로움을 달랜다.




게르 문 앞에 모자를 걸어 게르 안에 남자가 있음을 알리며 짜시는 조마가 기다리는 게르




문을 고개 숙여 들어선다.




 


검게 그을린 주전자에 따끈한 수유차가 가득하고 그 옆에 잘 익은 양고기 덩어리가 있다.




짜시는 허리춤에서 작은 칼을 빼내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베어 조마에게 준다.




게르 가운데에선 야크 배설물이 타며 게르 안을 희미하게 밝혀 화장기 없는 조마의 수줍은




옆얼굴을 비춘다.




얼굴은 햇살에 검게 그을렸고 볼엔 붉은 반점이 보인다.




지난겨울 추위에 동상 걸린 흔적이다.




오직 맑고 깊은 눈동자만이 그녀의 젊음을 말한다.




짜시는 티베트 정장을 벗어 양가죽 바닥에 누워있는 조마를 덮어주며 그녀 옆에 함께 눕는




다. 


 


조마의 가슴에선 양젖의 비릿한 냄새가 새어나오며 짜시의 마음을 흔든다.


 


짜시의 긴 머리카락이 조마의 얼굴을 덮을 때 조마는 짜시의 머리에서


 


성난 야크의 콧바람 냄새를 기억해내고 그리고 푸른 초원에서 암놈을 올라타는 수놈 야크의 힘찬 몸짓을 떠올린다.




밖에선 개가 뼈를 깨물어 먹다가 게르 안에서 낮은 신음 소리에 귀를 종긋 세우다 별일




아닌 듯 계속 뼈를 씹는다.




게르에 모자가 걸려있는 한 아무도 그 게르에 들어가지 않는다.




 




조마의 부모는 조마가 17 살이 되자 조금 떨어진 초원에 작은 게르를 지어 조마가 혼자




지내도록 했다.




주변에 남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빨리 임신을 하고 또한 결혼하기를 바랐다.




어떤 남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결혼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단지 임신을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고 많은 자식을 낳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모계 사회이니 아버지는 중요치 않고 자식의 아버지가 여럿이어도 상관이 없다.




간혹, 남자 형제 여럿이 한 여자와 사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이름엔 성이 없고 이름만 있다.




그러기에 남자의 이름은 짜시(미남)가 많고 여자는 조마(미녀)가 많다




조마와 짜시에다 태생할 때 날자나 주위 환경을 이름에 붙여 부른다.




짜시(미남)-뚠주(보석), 조마(미녀)- 런칭(푸른)이 많다.




다음날 아침에 만난 짜시는 여전히 야크 떼를 풀이 많은 초원으로 몰아간다.




야크 떼 중 우두머리를 찾아 그 놈만 몰면 나머지 야크는 순순히 뒤를 따른다.




2년에 한 번 발정을 하며 한 마리씩 낳는 야크는 짜시의 전 재산이다.




조마와 결혼하려면 조마 부모에게 야크를 수 십 마리를 주어야하기에 짜시는




매일 임신한 야크에 눈길이 많이 간다.




 




짜시에게 부탁하여 말을 탔다.




내 뚱뚱한 체격에 비해 말이 적은 듯 보였다.




눈으로 본 초원은 평탄해 보였지만 말위에 앉아 내려다보니 울퉁불퉁한 초원이고




습하여 말발굽이 빠지는 느낌이다.




말이 걸을 때마다 온 몸이 흔들리고 무거운 내 체중이 말에게 미안하여 말에서 내려




초원을 걸으며 짜시의 검은 야크에게 다가갔다.




낯선 이방인에 야크는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초원엔 중간색이 없다.




하늘은 파랗고, 초원은 단순히 초록이고, 야크는 아주 검고 양떼는 빛나게 하얗다.




매일 원색에서 생활하는 짜시의 맘도 저렇듯 원색일 듯싶다.




짜시의 피는 새빨갛고 눈은 새하얗고 눈동자는 새까맣고 맘은 새파랗듯... ...




내 맘은 회색과 푸루둥둥한 색으로 가득하다.




회색은 삶에 찌들었기 검정과 흰색이 뭉겨져 생겨났고 푸루둥둥한 색도 세상의




욕심과 욕망에 쩔어 파랑과 초록이 저렇듯 변화되어 내 맘을 물들였다




내 맘도 짜시처럼 원색으로 다시 물들었으면 좋겠다.




 




짜시의 형은 라부랑스의 사찰로 길을 떠났다.




형은 살면서 신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4년 전부터 구도 여행을




떠난다.




오체투지(삼보일배)를 하며 인간으로 환생하여 더 나은 내세를 염원한다.




세 걸음마다 서서 합장하고 길에 엎드려 이마와 손과 배와 다리가 땅에 닿도록




엎드려 절을 한다.




두툼한 장갑을 끼고 무릎에 천을 겹겹이 대고 배에 가죽을 덧대고 땡볕을 맞으며




그는 세 발자국 마다 엎어져 절을 하며 신에게 빈다.




그의 이마엔 두꺼운 살점이 박혀있다.




밤이면 친척집이나 아는 집에서 잠을 자며 발로 금을 긋고 다음날 다시 금에서부터




오체투지는 시작된다.




짜시와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 없이 형은 오체투지 하며 길을 떠났다.




짜시는 현세에 형을 다시 못 볼 수도 있다고 담담히 말한다.




 




 




 




 




 




몇 년 전에 짜시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 종교심이 강한 형은 천장을 고집했다.




아버지는 토장으로 초원에 묻었는데,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빨리 가시도록 천장을 원했다.




티베트인은 죽으면 물에 넣는 수장, 집 벽에 넣는 벽장, 땅에 묻는 토장, 그리고




하늘로 빠르게 올라가는 천장을 택한다.




천장사가 시체를 산위에 놓고 칼로 시체의 살을 베어 모여든 독수리들에게 먹이면




배부른 독수리는 하늘로 날아올라 하늘로 간다고 그들은 믿는다.




짜시에게 설명을 듣고 랑무스의 천장 산을 올랐으나 장례식이 없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만




쳐다보다 죽은 사람들의 환생을 기원하며 합장을 했다.




 




동티베트에서 제일 큰 밀라레빠블각 사원을 지나 라마 백탑을 현지인들과 함께 시계 방향으




로 세 바퀴 돌고 마니차를 열심히 돌리며 초원의 짜시와 조마가 행복한 삶이되길 빌었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




그저 행복 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다음 일정인 구채구와 황룡을 보고 황하석림의 멋진 계곡을 눈에 그리며 초원을 떠났다.




해발 4000m 구채구에서 고산증세가 나타날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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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많은 사랑 부탁합니다..

이름 :
jin
제목 :
# 동 티베트의 초원..
조회 수 :
5421
추천 수 :
12 / 0
등록일 :
2012.08.16.15:19:34

profile
2012.08.16
15:57:03
티벳의 문화와 그들만의 허물없는 삶...
멋지게 쓰신 엣세이...감명깊게 감상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profile
jin
2012.08.17
10:21:10
..좋은 댓글에 감사합니다..
..
profile
2012.08.17
07:58:05
멋진 여행기 입니다.
고산증 때문에 가지 못하는 곳이라 더욱 감동입니다.
profile
jin
2012.08.17
10:09:08
..한현우님 덕분에 사진배낭이 편해 여행에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profile
2012.08.17
10:42:45
너무 감명깊게 잘 보았습니다.
캬~! 열정이 넘치는 작품, 수고하신 작품,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profile
jin
2012.08.17
12:18:49
..좋은 평에 감사드림니다.. ^^
profile
2012.08.17
18:31:05
캬~! 열정이 넘치는 작품,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 정신없이 바라 봅니다.
profile
jin
2012.08.18
10:11:19
..항상 관심 주심에 감사합니다..
profile
2012.08.18
10:01:27
좋은대 단녀오셨군요,
더우신대 두분 잘개시죠 안부였쭘니다,,
profile
jin
2012.08.18
10:12:53
..덕분에 모두 잘있습니다..
..겨울에 제주 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profile
2012.08.19
12:47:42
여행지의 정감있는 출사기
아름답고 멋집니다.
profile
jin
2012.09.03
14:46:43
..
..감사합니다..^^
profile
2012.08.27
22:21:59
캬~! 최고 경지의 작품, 멋집니다.
profile
jin
2012.09.03
14:47:14
..감사합니다.. ^^
profile
2012.09.03
06:27:52
와~! 수고하신 작품, 즐겁게 감상 합니다.
황홀경에 젖어 봅니다.
profile
jin
2012.09.03
14:47:50
..
..감사합니다.. ^^
profile
2012.09.19
19:13:14
와우~! 환상적인 작품, 수고하신 작품, 즐겁게 감상 합니다.
profile
jin
2012.09.20
12:34:43
..
..감사합니다.. ^^
profile
2012.10.19
09:50:28
글을 보고 사진을보게되니깐 더욱더 깊이 빠져드게 되네요.
저두 올해 출코에서 진행한 차마고도 출사을 다녀온적이 있는데, 그때의 생각들이 아주 많이 생각나게 되네요.
글도 잘쓰시고, 사진도 너무나 멋지게 잘 담으셨네요.
잠시 티벳여행을 다녀온느낌입니다.
profile
jin
2012.10.26
11:25:40
..감사합니다.. ^^
profile
2012.11.01
18:44:04
무게감있는 그림과 감성적인글~~~
즐감하고 갑니다~^^
profile
jin
2012.11.02
16:41:48
..좋은 댓글에 감사드림니다..^^
..
profile
2013.11.04
14:11:55
수고 하셨습니다. 한 폭의 그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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