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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

#세월..201130

.

서리가 뿌옇게 낀 창문에 새벽 햇살이 밝아온다.

창문을 열고 며칠 전에 핀 꽃을 찾아본다.

이른 새벽 햇살이 아직 닿지 않아 그늘진 화단 구석에 빨간 꽃송이가 옴츠려

피어있다.

분명, 봄에 주변 철쭉과 함께 빨간 꽃을 피웠건만 어쩌자고 초겨울 살얼음 어는

날씨에 빨간 꽃을 피웠나 ... ...

낙엽 떨구고 빈 가지 끝에 생생하고 당당한 붉은색을 천지에 뿌리며 피어있다.

봄꽃은 웃기에 바빠 향기가 부족했지만, 초겨울 홀로 핀 꽃엔 천리만리까지

아득한 꽃향기가 퍼진다.

정원에 오직 빨간 철쭉만 피어있다.

시간 흐름을 잠시 잊었을까...?

왜 하얀 서릿발 속에 꽃을 피웠을까 ... ... ?

.

문득 어제저녁에 외톨이 철새를 보았다.

매년 이맘때면…….

철새들은 노을이 물들기 전에 줄을 맞춰 꺼억꺼억노래 부르며 집 위로

날아가는데 한참 후에 두 마리 철새가 그들 뒤를 부지런히 쫓아간다.

노래도 없이 조용히 날아간다

나르는 철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슬픈 일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고 날

뿐이다.

과연 두 철새가 무리와 만날 수 있을까.

시간 흐름을 잠시 잊었을까...?

왜 두 철새는 늦었을까... ...?

.

마당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온 해피는 마루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내다본다.

아침 햇살에 몸을 담그고 정원 너머 대문을 바라보며 앞발 위에

턱을 내려놓고 반쯤 눈을 감는다.

한 배에서 태어난 두 녀석은 지난해에 개들에게 치명적인 췌장염을 앓다

먼저 떠났다.

그 후 해피는 대문 쪽만 바라보며 하루를 지낸다.

언젠가 저 대문을 열고 안 보이던 형제들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을 하나 보다.

지난밤에도 서성이며 어둠 속을 다니더니 아침 햇살에 다시 눈을 감는다.

밤낮 구분 없이 졸리면 아무 때나 잔다.

해피는 시간의 흐름보다 그리움이 앞서있다.

그리움이 가슴에 가득하기에 기다림이 있다.

시간 흐름을 잊었을까?

왜 시간이 흘러도 못 잊을까... ... ?

.

아침이 오면 눈을 뜨고 습관적으로 벽시계를 본다.

시침을 먼저 보고 분침을 본다.

시침과 분침은 시간만 알려줄 뿐 움직임이 없다.

아직 이른 아침이면 다시 눈을 감고 깜빡 졸다 다시 시계를 본다

요번엔 초침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초침은 계속 바삐 움직이며 돌고 돈다.

그 움직임은 내게 긴장감을 주며 시간은 이토록 바삐 흐르는 것이니

침대에 누워 있지 말고 빨리 일어나 그날의 일과를 시간에 맞춰 시작하라는

모습으로 쉼 없이 바삐 움직인다.

나는 초침의 움직임처럼 벌떡 일어난다.

곧바로 그날의 할 일을 촛침 흐르듯 움직여 나간다.

시침과 초침은 한 시계 안에 있지만, 역할이 다르다.

시침은 정지된 시간을 알려주고 초침은 흐르는 시간을 알려준다.

그동안 초침 흐름에 맞춰 살아왔다.

.

이제 시간 흐름에 자유롭게 그리고 느리게 살고 싶다.

초침 없는 벽시계로 바꿔 달아야겠다.

아니, 벽시계를 아주 완벽히 띠어버릴까?

왜 초침을 보며 살아왔는지……?

.

살아오며 내가 배우고 존경해왔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돌아가는 초침을 보며 바쁘게 살아왔을 사람들을 기억한다.

요즘 유행가에 나오는 옛날의 테스형도 갔고,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공자와 종교적 철학자 노자도 갔고... ...

최근 재벌들도 많은 재물 남기고 갔고, 나라를 이끈 유명인도 떠났다.

그들의 업적을 글로 남긴 소설가들도 갔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서…….

헤어지면 멀어지고, 죽으면 잊혀질 뿐이 아니던가!

.

다만, 시간의 흐름을 넘어 변치 않는 정지된 시간 속에

한없는 사랑을 주셨던 부모님만이 가슴에 새겨질 것이다.

.

살아가며... ...

삶이 시간을 쫓아가지 않고 시간이 나를 따라오게 하듯... ...

벽시계의 초침처럼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면,

늦기 전에 가슴에 나만의 시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정지된 시계를...

.

정지된 시간 속에... ...

겨울에 홀로 핀 빨간 철쭉이 아름답고 더 향기로울 수 있고

밤보다 아침 햇살에 눈을 감을 수 있는 해피가 더 행복할 수 있고

늦게 날아가지만, 그 철새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더 자유로울 수 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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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랑 부탁합니다..

이름 :
jin
제목 :
# 산책 ..
조회 수 :
1218
추천 수 :
2 / 0
등록일 :
2020.11.30.14:43:56

profile
2020.12.01
08:07:22
생각하는 산책을 하셨네요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profile
jin
2020.12.01
17:50:18
..^^
.. 감사합니다..
profile
2020.12.21
08:44:15
이런 이런~! 독특한 시선, 예술적인 작품, 형용할수 없는 감동입니다.
profile
jin
2020.12.26
11:14:38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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